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진동수 금융위원장을 만나 자격증 세분화에 불만을 토로하는 등 자본시장법 시행과 함께 변경된 금융투자전문인력 자격제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본시장법의 시행으로 금융투자전문인력 자격증이 기존의 11개에서 20개로 대폭 늘었다.
자본시장법이 불완전펀드 판매를 예방하고 투자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만큼 직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격증 제도를 새롭게 정비했다는 것이 금투협의 설명이다.
문제는 투자전문인력을 지나치게 세분화, 겸영이라는 자본시장법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점이다.
변경된 제도에 따르면 금융업계 종사자들이 각종 증권과 펀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최소 3~4개의 자격증을 보유해야 한다. 지금까지 금융회사 직원들은 증권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 하나만 있으면 모든 펀드를 판매할 수 있었지만 내달부터는 주식형·채권형·혼합형 펀드만으로 제한된다.
부동산 파생상품 유전 등 특별자산펀드를 팔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자격증을 새롭게 취득해야만 한다.
금융업계에서 취급하는 모든 펀드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4개의 자격증이 있어야만 한다는 얘기다.
혼합자산펀드 등 복합투자상품 판매의 경우 필요 자격증 수는 더욱 늘어난다.
일례로 신탁을 통해 주식 부동산 파생상품 원자재 등 유가증권과 실물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복합투자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4개의 펀드 투자상담사와 증권 및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일임투자자산운용사 등 최소 7개의 자격증이 필요하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복합투자상품이 나오면 자격증이 몇개가 필요하겠느냐"며 "상품이 있어도 판매자가 없어 못 파는 상황이 연출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나 협회가 영업현실을 도외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CMA(종합자산관리계좌)를 판매하는 데에는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 없었지만 내달부터는 증권투자상담사와 증권펀드투자상담사 일임투자자산운용사 등 3개의 자격증이 필수다.
하지만 CMA는 증권사의 수시입출금식 상품으로 예금자 보호가 안 된다는 것을 빼면 은행 예금과 유사한 상품이다.
계좌개설 등 단순업무를 보는 창구직원들까지 의무적으로 자격증을 2~3개씩 따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전문인력에 대한 지속적 교육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투자상담관리사 등 새로운 자격증의 신설과 세분화에도 불구, 자격증을 획득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 대한 대책은 허술하다는 점이다.
금융위기 이후 중요성이 더욱 커진 윤리교육은 1년에 4시간이자만 펀드투자상담사 등은 1년에 한번만 교육 받으면 된다.
금투협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의 취지 및 영업현실 등을 반영, 제도의 개선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우 기자 cheng@asiatoday.co.kr> |
